E13 오행산에 깔린 손오공
1막. 서막: 천궁의 명령과 오행산
억만근 쇳덩이 아래의 미스터 손. 이백 년을 기다려도 탈출은 쉽지 않다.
무대
등장인물
- 손오공
- 미로
- 복면남자
대사 102마디
- 미로: 아∼ 이건 뭐지?
- 손오공: 응?
- 미로: 아!!
- 복면남자: 음…….
- 손오공: 아니, 이거 사람이잖아!!
- 손오공: 꺄하하하하하!!
- 손오공: 이게 몇 년 만이야!! 30년 만인가? 어쨌건 오랜만이군, 오랜만이야!!
- 손오공: 역시 삼세번이라더니, 세 번째 만난 사람이 이렇게 예쁜 아가씨라니, 꺄하하!
- 손오공: 옆에 있는 보자기 뒤집어 쓴 놈이 기분 나쁘긴 하지만, 뭐, 좋아, 좋아!! 케헤헤헷!!
- 미로: 저……
- 손오공: 뭐야, 뭐, 말하라구!!
- 미로: 저…, 당신이 손씨성을 가진 사람……인가요?
- 손오공: 뭐? 사…람……?
- 손오공: 우꺄꺄꺄꺄꺄!
- 손오공: 그것 참, 맘에 드는 아가씨로군!! 200년 만에 들어보는 기분 좋은 말인데 그래!! 우헤헤헤헤헤헤!
- 복면남자: 이봐, 아가씨! 저 놈은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 같은데?
- 손오공: 뭐, 뭣!!! 워, 원숭이!! 내,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을!!
- 손오공: 이,이, 이, 빌어먹을 보자기야!! 네 놈은 내가 여기서 나가면 제일 먼저 손을 봐주맛!
- 복면남자: 손?
- 복면남자: 내 손은 여기 있어. 많이 봐 두라구!
- 손오공: 뭐, 뭣!! 저, 저놈이!!
- 복면남자: 하하하하하하!!
- 미로: 그만들 해요!!
- 미로: 다시 한번 묻겠어요.
- 미로: 당신이 손씨인가요?
- 손오공: 딩동댕!! 바로 맞췄어!
- 손오공: 그래, 내 성은 손이지. 이름은 오공. 이 분의 성함은 바로 손오공!!
- 손오공: 짜잔!!!
- 미로: ……….
- 복면남자: ……….
- 손오공: 내가 바로 화과산의 대왕이시자, 천궁으로부터 제천대성이라는 벼슬을 받았으며,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고, 어느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, 바로 그 손오공이시지!!
- 손오공: 짜잔!!
- 미로: ………….
- 복면남자: 손오공? 난 전혀 들어보지 못했는데…….
- 손오공: 젠장, 세상이 많이 바뀌긴 바뀌었나 보군. 내 이름을 모르다니. 하기야 200년이 인간들에겐 짧은 시간이 아니지. 젠장. 너같이 어린 놈이 감히 이 분의 함자를 들어보기나 했겠냐!!
- 복면남자: 어리다고? 후후후, 그럴까?
- 손오공: 200년 전만 해도 내가 이름을 밝히면 남자들은 내 앞에서 설설 기고, 여자들은 '어머, 당신이 그 유명한 미스터 손이에요?'하면서 폴짝거렸었는데, 쳇.
- 복면남자: 글쎄, 네 놈 생김새로 봐선 뭐 별로 그랬을 거 같지 않은데…….
- 손오공: 이, 이놈이…… 아까부터 사사건건…….
- 손오공: 어쨌건 뭐야, 뭐야!
- 손오공: 내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한 아가씨가 어째서 내 성을 알며, 나를 왜 찾는 거지?
- 미로: 난, 옥황상제님의 딸이자 천궁의 공주, 미로라고 해요.
- 복면남자: 호∼ 그래? 어쩐지…….
- 미로: 난 상제님의 명을 받고 당신을 벌에서 풀어주기 위해 왔어요.
- 손오공: 지, 지금 뭐라고 했어? 오, 옥형, 아, 아니 옥황상제의 딸이라고?
- 미로: 예
- 손오공: 지, 지금 날 벌에서 풀어준다고 말했어?
- 미로: 예
- 손오공: 우하하하하하하하! 아하하하하핫!!
- 손오공: 그거,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!!
- 손오공: 내가 800여년을 살아 왔지만, 오늘처럼 기쁜 날은 처음이야!!
- 손오공: 우하하하!!
- 손오공: 그래 그래, 이제야 옥형이, 아니 옥황상제가 맘을 돌렸군! 난 이런 곳에 눌려 있을 몸이 아니란 말야, 내가 누구야! 내가 바로 화과산 수렴동의 손오공 대왕 아니겠어!!
- 손오공: 하하하하하하하하하!!!!
- 손오공: 이거봐, 아가씨! 미로라고 했나? 음, 상제님의 딸이니 공주님이시군! 미로 공주님!! 당신 아버진 잘 계신가? 내가 200년 전에 봤을 때도 참 좋은 분이었지. 여전히 건강하겠지? 그나저나 이런 예쁜 딸을 두었으니 상제님도 참 뿌듯하겠군.
- 복면남자: 흥! 간사한 원숭이로군!
- 손오공: 뭐얏! 뭐, 좋아, 좋아, 난 곧 풀려날 몸이니…….
- 손오공: 네 놈의 건방짐은 이번만 눈감아 주기로 하지. 그런데 말야…….
- 손오공: 이거봐, 아가씨, 아냐, 아냐, 공주님. 대체 대가가 뭐야? 날 풀어주는.
- 미로: 당신은 날 도와 금단의 알을 찾을 거예요.
- 손오공: 금단의 알? 그게 뭔데?
- 복면남자: 금단(禁斷)의 알? 이상한 이름이군!
- 미로: 저도 자세히는 몰라요! 아무튼 거대한 알이죠.
- 손오공: 거대한 알? 그럼 타조알인가?
- 손오공: 고작 타조알 하나 찾자고 이 손오공을 풀어준다? 헷! 뭐, 좋아, 좋아! 그쯤이야 식은 죽 먹기지! 빨리 풀어주기나 하라구!
- 손오공: 자, 자, 빨리 풀어줘!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야!
- 미로: 네, 그래야죠!
- 손오공: ………….
- 미로: ………….
- 손오공: 뭐하는 거야, 아가씨! 빨리 풀어달라니까!!
- 미로: 뭐하는 거예요, 푸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…….
- 손오공: 뭐, 뭣!!
- 미로: 뭐예요? 모르는 거예요?
- 손오공: 무, 무슨 소리야?! 서, 설마 모르는 건…….
- 미로: ??!!
- 미로: 모르는 거예요? 난 당신이 아는 줄…….
- 손오공: 뭐라구? 아니, 이 아가씨가 날 놀리나!! 그걸 알면 내가 왜 여기 갇혀 있겠어!!
- 미로: 하지만, 아빤 당신만 찾으면 된다고…….
- 손오공: 이런 젠장! 그럼 그렇지! 옥황상제가 날 그렇게 쉽게 풀어줄 리가 없지!!!
- 복면남자: 하하. 거 안됐군. 원숭이!!
- 손오공: ………….
- 복면남자: 호∼ 정말 실망한 모양인데?
- 미로: 미안해요. 전 단지…….
- 손오공: 이거봐, 아가씨!
- 손오공: 아가씨, 정말 옥황상제의 딸이야?
- 미로: 물론이죠!!
- 손오공: 그럼 뭐 신통술 같은 거 없어?
- 미로: 신통술이라구요? 로우 힐 같은 걸 말하나요?
- 손오공: 그래, 신통술!!!
- 손오공: 로우 힐? 그런 거 말고!!
- 손오공: 무거운 물건을 공중에 띄운다든가, 쇠 같은 걸 물로 바꾼다든가 하는, 뭐 그런 술법 같은 거 몰라?
- 미로: 몰라요…….
- 손오공: 그, 그럼 중장비 운전면허증 같은 건 없어?
- 미로: 중장비 운전면허증이라구요?
- 손오공: 그 왜 포크레인 같은 거 있잖아!! 할 말이 없군…….
- 미로: 2종 보통 면허밖에 없는데…….
- 미로: 예?
- 손오공: 옥황상제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널 내려보낸 거지?
- 미로: 미, 미안해요.
- 손오공: 됐어, 200년 기다림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로군. 날 혼자 있게 해 줘.
- 미로: ………….
- 복면남자: ………….